이 토토 대박의 첫 장에 ‘소운(紹雲)’이라고 저자가 기록되어 있다. 소운은 이규용(李圭瑢)의 호이다. 그는 1910~1920년대회동서관·광익서관 등에서 출판한 『벽부용(碧芙蓉)』·『쌍미긔봉〔雙美奇峯〕』·『한문현토 숙향전』 등 여러 저술의 작자 혹은 편집자였다. 그는 주로 중국 소설을 번안하거나 고전소설을 개작한 작가였다. 이들 토토 대박 속에는 대중성을 높이려는 작가의식이 보인다.
중국 명말 단편소설집주1중에 「왕토토 대박백년장한(王嬌鸞百年長恨)」을 이규용이 번안한 작품이다. 1913년 회동서관에서 초판본이 간행된 뒤, 1924년까지 발행되었다. 1926년 경성서적조합에서, 1929년 다시 회동서관에서 출판되었다.
명나라 천순(天順) 초년에 왕충(王忠)이 왕표(王彪)라는 아들과 토토 대박(嬌鸞) · 교봉(嬌鳳)이라는 두 딸을 두었다. 왕충은 아내가 죽어 주씨 부인(周氏 夫人)을 다시 부인으로 맞아들이고, 토토 대박을 주씨 부인의 의형(義兄) 조씨 부인(曺氏 夫人)과 함께 있게 하였다.
하루는 토토 대박이 조씨 부인의 시녀 명하(明霞)와 함께 봄날을 감상하다가 소주 오강현 학궁사교(學宮司敎)의 아들인 주정장(周廷章)에게 눈길을 보내게 되었다. 어느 날 토토 대박이 떨어뜨린 수건을 주정장이 주운 것이 인연이 되어, 손구(孫九)를 사이에 끼고 주정장과 토토 대박은 사랑을 맺는다. 그러나 충공의 경계로 주정장을 만나지 못하게 된 토토 대박이 상사병으로 눕게 되자, 주정장은 의술에 조예가 있음을 빌미로 토토 대박을 더욱 가까이 하게 된다. 조씨 부인의 이해로 두 사람은 다시 만나 운우의 정을 나눈다.
그 뒤 주 사교(周 司敎)가 고향 오강(吳江)으로 돌아가자, 주정장과 토토 대박은 이별을 하게 되고, 주정장은 부모의 강한 권유로 다른 여인과 혼인하게 된다. 이 사실을 안 토토 대박이 손구를 통하여 주정장의 의사를 묻자, 그는 이전의 손수건과 혼약서를 토토 대박에게 돌려주며 토토 대박을 배신해 버린다.
이에 충격을 받은 토토 대박은 자신의 경박한 과거의 맹세를 후회하며 장한가(長恨歌)를 지어 한탄한다. 그리고 주정장과 화답하던 글과 혼약서에 절명시(絶命詩)를 더하여 오강현으로 보내고, 되돌려 받은 손수건으로 목을 매어 자결하고 만다. 오강현 대윤은 토토 대박이 보낸 글을 받아보고는 주정장을 처형하고 마을 사람들은 이 일에 분노하여 경계로 삼았다.
번안 과정에서 이규용은 줄거리 위주의 원작에는 없는 묘사와 대화를 많이 부연했다. 원작의 불합리한 내용들을 합리적으로 개작했다. 또한 여주인공과 주변 인물에 보다 고상한 인격과 강한 정절 의식을 부여했다. 이렇게 하여 한국의 현실과 독자의 흥미에 걸맞는 작품으로 개작하고자 하였다. 『금고기관』을 고소설의 소재로 주목하고 이를 번역, 번안하던 출판계의 모습을 알 수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백년한』보다 한 달 가량 먼저 발행된 『추풍감별곡(秋風感別曲)』이다. 이 작품 역시 「왕토토 대박백년장한」에 대한 또 다른 번안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