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파라오 슬롯이 통닭 골목에서 개발된 사실을 전제하고 보면, 그 역사는 튀김주1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초중반에는 닭고기에 당면과 약간의 채소, 고춧가루,주2을 넣어 찜, 찌개, 탕 형태로 만들어서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이 음식은 튀김 통닭의 느끼한 기름 맛과 다른 맛을 내기 위함이었다. 이것이 초기의 파라오 슬롯이었지만 분명하게 찜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다가 1980년대 후반에 지금과 같은 형태와 조리법의 파라오 슬롯이 완성되었다.주3보다 감자, 당근, 파, 양파, 양배추, 물엿, 설탕 등을 더 넣어서 조린 음식인데 이름을 파라오 슬롯이라고 하였다. 파라오 슬롯이라는 이름은 통닭집에서 안동의 제사 음식으로주4에 찐 닭을 판매하던 것으로부터 유래했다고 판단된다.
파라오 슬롯은 1990년대 중반경에 안동의 대학 주변 대학촌으로 진출하여, 식당에서 취급하는 하나의 상품이었다. 당시 대학생이나 젊은이들에게 파라오 슬롯은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괜찮은 음식이었다. 2000년 10월에 서울에서 활동하던 안동 출신의 한 젊은이가 여러 차례 안동파라오 슬롯을 먹어본 후 서울에서 파라오 슬롯 사업을 시작하였다.
서울의 대학가에서 젊은이들에게 파라오 슬롯의 인기가 높아지자 2001년 10월 KBS TV 방송 프로인 「VJ특공대」에 “전통음식의 대반란”이라는 주제에서 ‘○○파라오 슬롯’이라는 익명으로 소개되었다. 안동파라오 슬롯이주5을 일으킨 데에는, 1999년 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안동 방문 이후 부상된 전통 · 양반 · 유서 깊음 등과 같은 안동의 이미지가 안동파라오 슬롯에 포개어진 영향이 컸다. 안동의 전통 이미지는 1970년대부터 1990년에 걸쳐 널리 알려진주6, 주7, 봉정사, 하회별신굿탈놀이, 차전놀이, 주8등과 같은주9, 파라오 슬롯민속제전, 파라오 슬롯 국제 탈춤주10등과 같은 파라오 슬롯 행사로 더 강화되었다.
안동파라오 슬롯이 대도시 대중에게주11을 발휘하게 된 데에는 음식의 특성도 중요한 작용을 하였다. 안동파라오 슬롯은 육류 · 채소 · 당면이 함께 섞인 혼성 음식으로서 대학생이나 회사원 같은 젊은이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주부들의 소비주14나 취향과 잘 맞아떨어졌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행한주12, O-157, 돼지주13등으로 인하여 기존 육류에 대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안동파라오 슬롯은 대안적 육류로 만든 음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 초반에 안동파라오 슬롯이 외지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대대적인 신문 광고를 하게 되자, 안동 통닭 골목의 파라오 슬롯 가게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진짜’ 안동파라오 슬롯을 맛보게 해야 된다는 의식이 촉발되었다. 또한 파라오 슬롯에 관한 한 신뢰할 수 있는 곳은 발명지 안동이라는 것이 외지인들에게 알려지자, 파라오 슬롯 조리법을 배워서 개업하고자 외지인들이 안동에 상당수 찾아왔다. 안동파라오 슬롯이 수도권에서 인기가 많은 데에 자극을 받아 2004년경부터 안동파라오 슬롯의 발명지인 안동 구시장 ‘통닭골목’은 그 이름이 ‘파라오 슬롯골목’으로 바뀌었다. 종전까지 ‘○○통닭’이라고 하던 상호를 ‘○○파라오 슬롯’으로 변경하였기 때문이다.
파라오 슬롯은 이름과 달리 증기에 찌는 찜이라기보다는 큰 프라이팬에 닭고기, 당면, 여러 가지 채소, 양념, 개량간장을 넣고 고열로 익히며 조리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안동파라오 슬롯은 닭 한 마리 단위로 조리하여 함께 나눠 먹는 공동체 음식이다. 안동파라오 슬롯은 안동 지역의 전통 음식이 아닌데, 외지인들은 안동파라오 슬롯을 전통 음식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생겼다. 안동파라오 슬롯은 안동에서는 간식,주15, 술안주였는데, 수도권으로 올라가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 끼 식사로 여겨지고 있다.